
“땡큐!”
“오케이, 노 프라블럼!”
“굿! 퍼펙트!”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합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도 '땡큐'나 '오케이' 정도는 자연스럽게 말하죠. 심지어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계 공통어처럼 사용되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미국인들도 우리처럼 외국어 표현을 사용할까요?
굳이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세계 곳곳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니, 외국어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디오스!”
“보나페티!”
“차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수없이 패러디된 바로 그 대사.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놀랍게도 이 표현들은 영어가 아닙니다.
미국인들도 다른 나라의 말을 빌려 인사하고, 농담하고, 감탄하며 살아갑니다.
심지어 우리가 당연히 영어라고 생각했던 단어 중에도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말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은 미국인의 입에 자연스럽게 붙어버린 외국어 표현들과 그 속에 숨겨진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겠습니다.
1. “Hasta la vista, baby!” 미국인이 외치는 스페인어 작별 인사
1991년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에는 영화 역사에 남을 명대사가 등장합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터미네이터 T-800이 적을 향해 총을 겨누며 한마디를 던집니다.
“Hasta la vista, baby!”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라는 대사입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죠.
이 짧은 대사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전 세계에 퍼져나갔습니다.
그런데 'Hasta la vista'는 영어가 아닙니다.
스페인어로 '다음에 볼 때까지'라는 뜻이며, 자연스럽게 옮기면 '또 보자!' 정도의 작별 인사입니다.
뒤에 붙은 'baby'만 영어인 셈이죠.
흥미로운 것은 이 표현이 영화에서 처음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Hasta la vista'는 이전부터 존재하던 스페인어 표현이었고, 영어권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 2》는 이 말을 세계적인 유행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뒤 미국에서는 누군가에게 장난스럽게 작별을 고하거나, 무언가를 통쾌하게 끝냈을 때 이 대사를 흉내 내는 일이 생겼습니다.
물론 미국인들이 매일 퇴근하면서 동료에게 'Hasta la vista, baby!'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작별 인사라기보다는 영화의 분위기를 빌린 농담이나 패러디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영화의 스페인어 더빙판 중 스페인에서 사용된 버전에서는 이 대사가 'Sayonara, baby!'로 바뀌었습니다.
'사요나라, 베이비!'라고 말한 것이죠.
'사요나라'는 일본어로 작별 인사를 뜻합니다.
왜 스페인어 대사를 일본어로 바꿨을까요?
원래 영어 대사 속 스페인어가 주는 이국적인 느낌을 스페인어 관객에게도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스페인어가 특별하게 들리지만, 스페인 사람에게 스페인어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 언어이니까요.
같은 영화 대사라도 어떤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2. “Adiós!” 미국 영화에서 유난히 자주 들리는 그 인사
미국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손을 흔들며 이렇게 외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Adiós, amigos!”
“아디오스, 아미고스!”
스페인어로 '잘 가, 친구들!'이라는 뜻입니다.
'Adiós(아디오스)'는 작별 인사이고, 'amigos(아미고스)'는 친구들을 뜻합니다.
미국에서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상당히 많습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과 오랜 역사적·문화적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널리 사용되는 언어가 스페인어입니다.
미국 남서부의 지명만 살펴봐도 스페인어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라스베이거스(Las Vegas) 같은 이름이 대표적입니다.
이 가운데 로스앤젤레스는 스페인어로 '천사들'이라는 뜻이고, 라스베이거스는 '초원들'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미국의 지도 위에도 스페인어가 살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Adiós'는 미국인에게 낯선 외국어라기보다 상당히 익숙한 작별 표현입니다.
다만 영어의 'Goodbye'를 완전히 대신하는 일상적인 표준 인사는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친근하거나 장난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미국인들이 스페인어에서 가져온 표현은 작별 인사만이 아닙니다.
'Hola(올라)'는 안녕, 'Gracias(그라시아스)'는 고마워, 'Amigo(아미고)'는 친구라는 뜻입니다.
특히 'Amigo'는 영어 대화 속에서도 친근하게 상대를 부르는 말로 사용되곤 합니다.
영어 문장 안에 스페인어 단어 하나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어로 대화하다가 '땡큐!'라고 말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이죠.

3. “Bon appétit!” 미국인이 식사 전에 프랑스어를 쓰는 이유
친구가 정성껏 만든 요리를 식탁에 올려놓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퍼지고, 모두가 포크를 집어 듭니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Bon appétit!”
“보나페티!”
영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프랑스어입니다.
직역하면 '좋은 식욕' 정도의 의미이며, 자연스럽게는 '맛있게 드세요!'라는 뜻입니다.
미국에서도 식사를 시작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특히 요리를 소개하거나 조금 특별한 식사 분위기를 연출할 때 잘 어울립니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은 왜 굳이 프랑스어를 사용할까요?
여기에는 프랑스 요리가 오랫동안 서양 고급 식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역사가 있습니다.
근대 유럽에서 프랑스 요리와 식사 예절은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미국의 레스토랑 문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어는 미국에서 음식과 미식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미국 식당 메뉴에서도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단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À la carte(알라카르트)'는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메뉴에서 개별 요리를 선택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Hors d'oeuvre(오르되브르)'는 식사 전에 나오는 전채요리를 가리킵니다.
'Chef(셰프)' 역시 프랑스어에서 들어온 단어입니다.
오늘날 미국인은 '셰프'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그것이 원래 프랑스어에서 왔다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않습니다.
외국어가 영어 속으로 완전히 들어와 버린 것이죠.
4. “Ciao!” 이탈리아어가 미국인의 작별 인사가 되다
이번에는 이탈리아로 가보겠습니다.
이탈리아어 'Ciao(차오)'는 '안녕'이라는 뜻입니다.
재미있게도 만날 때와 헤어질 때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안녕'과 비슷하죠.
미국에서도 '차오!'는 가벼운 작별 인사로 사용됩니다.
다만 영어의 'Bye'처럼 누구나 항상 사용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조금 세련되거나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이탈리아어가 미국에 친숙해진 배경에는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역사도 있습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수많은 이탈리아인이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음식과 음악, 가족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음식 분야에서는 이탈리아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피자(Pizza), 파스타(Pasta), 라자냐(Lasagna), 에스프레소(Espresso), 카푸치노(Cappuccino).
오늘날 미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입니다.
물론 미국식 피자는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피자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함께 그 이름도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어를 한 문장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차오!'라고 인사하고 '피자'를 주문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5. “Gesundheit!” 누군가 재채기하면 독일어가 튀어나온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누군가 재채기를 하는 장면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Gesundheit!”
'게준트하이트!'라고 읽는 독일어 표현입니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무슨 주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독일어로 '건강'을 뜻합니다.
독일어권에서는 누군가 재채기했을 때 건강을 기원하는 표현으로 사용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재채기한 사람에게 'Bless you!'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Gesundheit!' 역시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인이 독일어를 배웠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계 이민자들의 영향 등으로 영어권에 들어와 하나의 관용적 표현으로 자리 잡은 것이죠.
독일어에서 영어로 건너온 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Kindergarten(킨더가튼)'은 독일어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Kinder(킨더)'는 아이들, 'Garten(가르텐)'은 정원이라는 뜻이죠.
직역하면 '아이들의 정원'입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 전 교육 단계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영어 단어로 사용됩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단어는 'Schadenfreude(샤덴프로이데)'입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실패를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독일어 'Schaden(샤덴, 손해·피해)'과 'Freude(프로이데, 기쁨)'가 결합한 말입니다.
누군가 잘난 척하다가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통쾌함을 느꼈다면, 바로 그런 감정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영어에도 비슷한 감정을 설명하는 표현은 있지만, 'Schadenfreude'는 그 복잡한 감정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합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언어의 단어가 영어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기존 영어 표현보다 더 간결하거나 독특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6. “Voilà!” 마술사가 외치는 말도 프랑스어였다
마술사가 모자에서 토끼를 꺼냅니다.
요리사가 완성된 접시를 손님 앞에 내놓습니다.
누군가 오랫동안 만들던 작품을 드디어 공개합니다.
이런 순간에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Voilà!”
'부알라!'라고 읽는 프랑스어 표현입니다.
상황에 따라 '자, 여기!', '짜잔!', '보세요!' 정도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완성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특히 '짜잔!' 하고 결과물을 공개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멋지게 완성하고 '퍼펙트!'라고 외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에는 재미있는 발음 문제가 있습니다.
영어권에서 'Voilà'를 잘못 읽어 'Walla(왈라)'라고 쓰거나 발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발음이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입니다.
외국어 표현이 다른 언어로 들어오면 원래의 철자와 발음이 조금씩 변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원래 어떤 언어에서 왔는지도 잊어버리곤 합니다.

7. “Déjà vu!” 영어인 줄 알았는데 프랑스어였다고?
이번에는 미국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를 살펴보겠습니다.
“I'm having déjà vu.”
“아임 해빙 데자뷔.”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문장입니다.
우리말로는 '데자뷔를 느끼고 있어' 정도로 옮길 수 있습니다.
데자뷔는 처음 겪는 상황인데도 이전에 경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말 역시 프랑스어입니다.
'Déjà(데자)'는 '이미', 'vu(뷔)'는 '본'이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이미 본 것'이죠.
이 표현은 영어에서 하나의 명사처럼 사용됩니다.
미국인이 데자뷔라는 말을 쓴다고 해서 프랑스어 문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영어 어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비슷한 예로 'Faux pas(포 파)'가 있습니다.
프랑스어로는 문자 그대로 '잘못된 발걸음'이라는 뜻이지만, 영어에서는 사회적 실수나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중요한 모임에서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말을 했다면 그것을 'faux pas'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외국어라는 출신보다 영어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더 중요해진 사례입니다.
8. 가라오케와 쓰나미까지! 일본어도 영어가 되었다
여기서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미국인이 사용하는 외래어는 유럽 언어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일본어에서 건너온 단어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Karaoke(가라오케)'입니다.
일본어 '가라오케(カラオケ)'에서 온 말입니다.
'가라'는 비어 있다는 뜻의 일본어 표현에서, '오케'는 오케스트라를 줄인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 없이 반주만 나오는 음악을 가리키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오락 문화 자체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Karaoke night(가라오케 나이트)'라고 하면 사람들이 모여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행사를 의미합니다.
또 다른 단어는 'Tsunami(쓰나미)'입니다.
일본어 '쓰나미(津波)'에서 온 말로, 항구를 뜻하는 '쓰'와 파도를 뜻하는 '나미'가 결합한 표현입니다.
오늘날 영어권에서도 지진 등에 의해 발생하는 거대한 해일을 가리키는 과학적 용어로 널리 사용됩니다.
'Emoji(이모지)'도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에(絵)'는 그림, '모지(文字)'는 문자를 뜻합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그림문자의 이름이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죠.
재미있게도 'Emoji'는 영어의 'Emotion(이모션)'과 어원이 직접 연결되는 단어가 아닙니다.
우연히 영어 단어와 비슷하게 들릴 뿐입니다.
그 밖에도 'Anime(애니메)', 'Manga(망가)' 같은 일본어 유래 단어들이 영어권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미국인이 일본어를 몰라도 이런 단어들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과 외국어에서 온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이야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9. 영어는 세계 공통어인데, 정작 영어 자체가 외국어의 집합체?
지금까지 살펴본 표현들은 대부분 다른 언어에서 영어로 건너온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영어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현상이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영어는 처음부터 수많은 언어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사건이 1066년에 일어났습니다.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것입니다.
이 사건을 '노르만 정복'이라고 부릅니다.
정복 이후 잉글랜드의 지배층과 궁정, 행정, 법률 분야에서는 노르만 프랑스어가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 결과 영어에는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어휘가 대량으로 들어왔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Government(거버먼트, 정부)', 'Justice(저스티스, 정의·사법)', 'Court(코트, 법정)', 'Royal(로열, 왕실의)'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음식에서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소는 영어로 'Cow(카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소고기는 'Beef(비프)'라고 하죠.
돼지는 'Pig(피그)'이지만 돼지고기는 'Pork(포크)'입니다.
양은 'Sheep(시프)'이지만 양고기는 'Mutton(머튼)'입니다.
이런 차이에는 게르만계 영어와 프랑스어의 역사적 접촉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가축을 가리키는 전통적인 영어 단어와 고기를 가리키는 프랑스어계 단어가 함께 살아남은 것입니다.
물론 모든 단어의 구분을 당시의 계급 관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어가 여러 언어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어는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언어이지만, 어휘에서는 프랑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된 뒤에도 이 과정은 계속되었습니다.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수많은 언어에서 새로운 단어가 들어왔습니다.
세계 공통어처럼 사용되는 영어가 사실은 세계 여러 언어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만들어진 언어인 것입니다.

10.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외국어를 쓰며 살아간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미국인은 영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인은 영어만으로 대화하면서도 스페인어로 작별 인사를 하고, 프랑스어로 식사를 권하고, 이탈리아어로 인사하고, 독일어로 재채기한 사람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일본어에서 온 단어로 노래방 문화를 이야기하고, 프랑스어에서 온 단어로 기묘한 경험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표현들을 안다고 해서 해당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Bon appétit'을 안다고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Hasta la vista'를 외친다고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흥미롭습니다.
언어는 반드시 문법책을 펼쳐 공부해야만 우리 삶에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 한 편이 외국어 표현을 전 세계적인 유행어로 만들기도 하고, 음식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기도 합니다.
이민자들이 사용하는 말이 새로운 사회에 뿌리내리기도 하고, 기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다른 언어의 단어를 빌려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땡큐'나 '오케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인 영어조차 다른 언어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음에 미국 영화에서 누군가 '아디오스!'나 '차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다면, 한번 귀를 기울여 보세요.
우리가 영어라고 생각하며 듣고 있던 대사 속에 사실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Hasta la vista, baby!”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참고자료
- Oxford English Dictionary, 영어 차용어의 어원 및 사용 기록
- Merriam-Webster Dictionary, Adios, Gesundheit, Voilà, Déjà vu, Schadenfreude 등 어원 설명
- Encyclopaedia Britannica, Norman Conquest 및 영어의 역사
- U.S. Census Bureau, American Community Survey, Language Spoken at Home
- Cambridge Dictionary, Bon appétit, Ciao, Faux pas 등 영어 사용례
- James Cameron,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
- Online Etymology Dictionary, Kindergarten, Karaoke, Emoji 등 어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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